르노삼성 무분규 타결…타사 노조에 반향 클듯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기자 = 국내 완성차 업체 노사가 고질적인 임금 협상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세로 타결에 나서 하반기 경영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측이 먼저 과감하게 양보안을 제시하거나 노조 또한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완성차 업체 노조는 강성이라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올해 임단협이 끝난 곳은 르노삼성이다.
완성차 업체의 임단협이 대부분 부분 파업이나 장기간 대립 등으로 8월이나 늦으면 10월까지 이어졌던 것에 비하면 르노삼성이 지난 22일 타결한 것은 이례적이다.
합의 내용 또한 르노삼성 노사가 적정 수준 양보했다는 평가가 많다. 르노삼성은 기본급 2.3%(4만2천300원) 인상, 생산성 격려금 지급(상반기 250%, 하반기 100% 이상), 통상임금 자율합의, 호봉제 폐지를 통한 인사제도 개편, 임금피크제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 대타협 격려금 700만원 등에 노사가 찬성했다.
르노삼성 노사가 임금 협상과 관련해 조기 타결에 이른 것은 최근 전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타결안을 보면 기본급 등 면에서는 노조가 일부 양보하고 통상임금 등에서는 사측이 배려하면서 무분규 타결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 업계 경영난도 조기 타결에 한몫했다고 전했다.
한국GM은 아예 사측이 노조에 임금 협상안을 먼저 제시할 정도로 조기 타결에 적극적이다.
한국GM 사측은 지난 16일 기본급 4만9천575원 인상, 성과급 400만원(연말 지급), 격려금 300만원(타결 즉시 지급)을 노조에 제시했다. 회사 미래발전 전망 관련해 말리부 후속 모델의 부평2공장 생산, 인위적 정리해고 미시행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한국GM 사측은 협상 초기부터 작년 영업손실 1천490억원, 당기순손실 3천5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수익성 개선의 절박함을 주장하며 협상에서 노조와 평행선을 그어왔었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올해 임금협상을 조속히 종결짓고자 고민 끝에 노조에 전격 사측 안을 제시했다면서 노조에서도 심사숙고하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노조가 기본급 11만7천985원 인상(기본급 대비 6.79%), 정년 연장, 고용안정 협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이 아니라 일반 노조라서 타사보다 유연한 분위기라서 이르면 이달 내 타결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전반적인 노사 협상 분위기가 좋아 휴가 전에 타결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임시 대의원 대회를 하고 6월 2일 노사 상견례 후 임단협 교섭을 매주 2차례 지속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방침에 따라 기본급 15만5천900원(7.84%) 인상과 순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 임금피크제 적용, 정년 65세 연장 등 임금체계 및 수당체계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걸려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생산 비중 축소로 인한 고용 불안을 우려해 '전체 생산량을 노사가 합의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넣자는 요구도 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별 대립 없이 교섭하고 있다면서 휴가철이 겹쳐 있어 내달 중순부터 노조 요구안이 나오면 본격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임금 협상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여름휴가(8월 3∼7일) 이후 임금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조기 타결 분위기가 확산하면 예년과 달리 10월 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각각 9천700만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임금이 소폭 오르더라도 내년에는 평균 연봉이 1억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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