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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노조, 섣불리 ‘오물’ 뒤집어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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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완성차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484회   작성일Date 14-02-17 12:41

    본문

    현대차노조, 섣불리 ‘오물’ 뒤집어 쓸까?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민노총 총파업 예고
    곳곳서 반대목소리
    현대차노조 동참 놓고
    이경훈 지부장 고뇌
    “또 비난·오해 우려”
    위상·명성 차버리는
    우(愚) 범해선 안

    ‘손자병법'은 중국 오(吳) 나라 손무(孫武)가 편찬한 병법서다. 무경칠서(武經七書) 중 하나인 이 책이 널리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실제 전쟁체험을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즉, 머리 좋은 사람이 이론만으로 정리한 탁상공론이 아니라는 얘기다. 동서고금의 지도자는 물론 일반직장인에서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애독하는 이유다. 헌데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갈 지(之)'와 ‘알 지(知)' 자다. 어조사인 ‘지(之)'는 문장구성상 필요한 단어로 차치해 버리면, 사실상 ‘지(知)'자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이 있듯이 무엇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낭패를 당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인생사다. 하물며 생사가 갈리는 전쟁터에서는 어떻겠는가. 한 예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연전연승하며 유럽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세등등하던 나폴레옹이 워털루전쟁에서 영국의 웰링턴에게 어처구니없이 패한 결정적인 이유도 상대방을 잘 몰랐기 때문이란 게 군사전략가들의 중평(衆評)이고 보면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노총은 오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산하 노동조합을 규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현대차노조는 민노총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이라 한다. 조합원 4만7,000여명이라는 숫자도 숫자지만, 아마도 우리 경제와 노동계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위상 때문일 것이다. 아마 현대차노조가 동참을 하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을 터다. 이렇듯 현대차노조의 위력은 대단하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현대차지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하긴 운영자금의 상당부분을 현대차 조합원들이 대주고 있으니 눈치를 볼 수 밖에. 산별노조 설립취지대로 하자면 지역지부 산하에 ‘기업지회'로 격하시켜야 마땅한데도 아직까지 그럴 엄두를 못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상급단체의 압력(?)에 못 이겨서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현대차노조는 오는 18일 파업 찬반투표를 할 모양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노조내부(현장조직)에서 파업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섣부른 파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노조 수장인 이경훈 지부장의 고민도 깊어질만도 하다. 그를 지부장으로 다시 선택한 것은 민주노총도 금속노조도 아닌 현대차 근로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부장의 최대화두는 당연히 자기 조합원의 권익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치파업에 함부로 발을 담궈 힘을 소진할 경우, 자기 조합원을 위한 일에는 아무래도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비록 임금협상만 하는 해이지만, ‘통상임금'이라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다. 노사 공히 미증유의 힘든 교섭을 해야 할 판에다 사내하청문제도 남의 일이 아니고,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조합원의 안전한 고용을 위한 고민도 해야 한다. 시쳇말로 ‘내 코가 석 자'인 셈이다. 이런 마당에 상급단체의 투쟁지침에 이끌려 간다면, 합리노선을 외친 그를 선택한 조합원들에게는 자칫 배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사실 현대차지부가 그동안 상급단체의 행동대장 역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상급단체 들러리'란 비아냥도 수없이 들었다. 물론 이 지부장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그 동안 이 지부장이 상급단체의 행동대장 역에 함부로 나서지 않고 자기중심을 잡아 왔다는 점이다. 비록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있지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맹자가 그랬던가. ‘몸을 쓰는 자는 부림을 당하고, 머리를 쓰는 자는 남을 부린다'고. 그렇다면 현대차지부는 이번에도 상급단체의 ‘들러리'나 서주는 그저 힘센 머슴이 될 것인가? 한 번만 자문(自問)을 해도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이 지부장은 지난 13일 발행한 ‘현자지부신문' 통해 “…철도파업으로 시작된 철도민영화 저지 투쟁은 철도노조가 복귀하면서 이후 전국투쟁의 가능성을 현대차에서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 총파업의 이름으로 현대차를 ‘이상적 정의감'(따옴표는 필자)으로 내몰고 있습니다.…현대차는 또다시 비난과 오해의 똥물을 뒤집어쓰면서 지쳐가겠지요…”라며 자신의 고뇌와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8/8근무의 정착'을 비롯한 현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조합원들 역시 지금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걸핏하면 ‘1억 연봉을 받는 귀족 노조'라는 부러움반, 질시반의 말을 듣는 판에 자신들과 무관한 일에 나설 경우 쏟아질 여론의 질타를 충분히 예상하면서 말이다. 더구나 작년 3월부터 시행한 주간연속2교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현대차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에 동참하면 이 지부장의 지적처럼 온갖 오물을 뒤집어쓸 게 명백하다. 
    개인이든 단체든 자기 좌표(座標)가 있기 마련이다. 현대차지부장과 조합원들도 우리 사회의 어느 위치에 서있는지 잘 알 것이다. 힘들게 쌓아올린 그 위상과 명성을 함부로 차버리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 지고 따라가는 격'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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