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도 통상임금’ 20년 지켜온 대법판례 굳히나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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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전원합의체서 공개변론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다음달 5일 열린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주요 사안에 대한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구성된다.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선다. 노동계는 20년 가까이 축적돼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하고 분명히 해줄 것을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미국 방문 때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 해결해달라는 미국 기업인의 요청에 “꼭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8월 초, 대법원은 상여금과 몇몇 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쟁점인 자동차부품업체 갑을오토텍 관련 소송 2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판결은 한두 달 안에 내려질 전망이다.
■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나 관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에 쏠려있다. 통상임금은 야근수당과 휴일근로수당 등 초과근로 수당과 연차수당·휴업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인데, 임금총액에서 비중이 큰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수당 액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100인 이상 사업장 978곳의 월평균 임금총액에서 기본급은 57.3%에 그치고, 고정상여금이 11.8%에 이른다. 또, 제조업체의 83.8%가 ‘경영실적이나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액이 변하지 않고 일정 기간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에 따라 노사의 이해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판례는 가능하다는 쪽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재직기간(근속연수)에 비례해 미리 정한 비율의 상여금을 분기마다 지급했다면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도 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피고인 회사 쪽은 “상여금은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므로 고정적 임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갑을오토텍의 경우, 신규 입사자나 휴직자·퇴직자 등에 대해선 근무일수·휴직일수·무단결근 횟수·정직처분 여부 등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상여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므로 ‘비고정적 금품’에 해당하고, 따라서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갑을오토텍 회사-노동자쪽
상여금 ‘고정성’ 인정 여부와
통상임금서 제외키로 한
노사단협 효력 놓고 주장 맞서
한두달 뒤 대법 판결 나오면
임금수준 등 후폭풍 예고
관련소송 160여건 결과도 좌우
원고인 노동자 쪽은 통상임금의 본질은 그런 변동성 여부가 아니라, ‘소정 근로의 대가’로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법정근로를 넘는 초과근로의 대가를 정하는 기준이 통상임금이므로, 주 40시간 법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도록 미리 정해져 있는 임금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야근이나 휴일근로 등을 하지 않아도 지급하도록 돼있다면 기본급처럼 통상임금이 된다는 것이다.
‘한 달이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돈도 통상임금이냐’는 논란도 있다. 대법원은 1996년 이후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피고인 회사 쪽은 “그리되면 수당을 계산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학계 일부에선 통상임금의 예로 일급·주급·월급까지 나열한 시행령 규정 등을 들어 ‘1 임금지급기’ 즉 한 달마다 지급되는 것만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상여금 600%를 매달 50%씩 주면 통상임금이고 100%씩 두 달마다 주면 아니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당장 나온다. 매월 지급되는 돈만 통상임금이라고 한다면 편법으로 실제 임금수준을 낮추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고 쪽은 계산상 어려움도 실무적으로 없다고 반박한다.
피고인 기업 쪽은 상여금이 기본급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울 수도 있는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해주려는 데서 비롯된 생활보장적 임금이므로, ‘정해진 근로를 한 데 대한 대가’인 통상임금의 개념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하계휴가비·김장보너스·개인연금지원금·단체보험료 등 복리후생 명목의 금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고,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며 임금이분설을 폐기한 1995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시 전원합의체가 아울러 판결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덩달아 흔들리게 된다.
■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단체협약은 인정되나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합의했을 때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느냐도 판결 결과를 좌우할 쟁점이다. 기존 판례는 “성질상 통상임금에 포함해 계산해야 할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이므로 무효”(1993년 5월 대법원 판결 등)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사 쪽은 ‘성질상 통상임금에 들어가야 할 수당 등을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는 무효일지라도, 그 수당 등이 통상임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한다. 갑을오토텍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을 기본급과 직책·생산·위해·근속·자격·TQC·체력단련·자기개발·기능숙련 수당 등으로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상여금은 넣지 않았는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면 이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또, 지금 와서 그런 합의와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학계 일각에도 “통상임금은 사전에 노동력을 어느 정도 가격으로 구매하려고 하느냐는 개념이므로, 단체협약·근로계약·관행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아가 노조가 강해져서 노사가 대등한 관계이니 자율적 합의가 강행법보다 우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노사가 대등하게 협약을 맺고 합의할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론이 당장 나온다. 실제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근로자 쪽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 이런저런 사정을 다 알고 합의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원고 쪽은 또, 통상임금은 평균임금의 최저기준이고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수준을 지키도록 사용주에게 강제하는 법인데, 이보다 못한 조건의 단체협약을 인정한다면 근로기준법의 근본이 무너진다고 반박한다. 근로기준법의 본질에 해당하는 강행규정성을 부인하려면 입법적 결단, 즉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며, 법원이 법 해석을 통해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의칙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행법에 반하는 계약자유를 인정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 노동현장을 뒤흔들 수 있는 판결 결과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선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각급 법원에 계류돼있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 160여건의 판결 방향이 정해지게 된다. 대법원 판결은 하급법원을 기속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개념 등이 실정법의 명확한 규정 없이 주로 법원 판례를 통해 구체화된 터여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와 기준이 정해지면 실제 임금 수준과 노동비용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추가 노동비용이 모두 38조여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국노총은 5조7000여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로는 14조~21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려 초과근무를 줄이는 쪽으로 임금체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반대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다시 축소되는 판결이 나오면 노동계의 반발이 크게 번질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이라는 장시간 저임근로를 바로잡을 길도 좁아진다.
대법원 판결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부인하는 등의 내용까지 담게 되면 기존 노동법 체계의 골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나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이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재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비치게 되면,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대법원이 보수성향 일색으로 구성됐다는 의심이 있는 터여서, 대법원의 보수성에 대한 비난이 불붙을 수도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다음달 5일 열린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주요 사안에 대한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구성된다.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선다. 노동계는 20년 가까이 축적돼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하고 분명히 해줄 것을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미국 방문 때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 해결해달라는 미국 기업인의 요청에 “꼭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인 8월 초, 대법원은 상여금과 몇몇 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쟁점인 자동차부품업체 갑을오토텍 관련 소송 2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판결은 한두 달 안에 내려질 전망이다.
■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나 관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에 쏠려있다. 통상임금은 야근수당과 휴일근로수당 등 초과근로 수당과 연차수당·휴업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인데, 임금총액에서 비중이 큰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수당 액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100인 이상 사업장 978곳의 월평균 임금총액에서 기본급은 57.3%에 그치고, 고정상여금이 11.8%에 이른다. 또, 제조업체의 83.8%가 ‘경영실적이나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액이 변하지 않고 일정 기간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에 따라 노사의 이해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 판례는 가능하다는 쪽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재직기간(근속연수)에 비례해 미리 정한 비율의 상여금을 분기마다 지급했다면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도 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피고인 회사 쪽은 “상여금은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므로 고정적 임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갑을오토텍의 경우, 신규 입사자나 휴직자·퇴직자 등에 대해선 근무일수·휴직일수·무단결근 횟수·정직처분 여부 등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상여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므로 ‘비고정적 금품’에 해당하고, 따라서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갑을오토텍 회사-노동자쪽
상여금 ‘고정성’ 인정 여부와
통상임금서 제외키로 한
노사단협 효력 놓고 주장 맞서
한두달 뒤 대법 판결 나오면
임금수준 등 후폭풍 예고
관련소송 160여건 결과도 좌우
원고인 노동자 쪽은 통상임금의 본질은 그런 변동성 여부가 아니라, ‘소정 근로의 대가’로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법정근로를 넘는 초과근로의 대가를 정하는 기준이 통상임금이므로, 주 40시간 법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도록 미리 정해져 있는 임금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야근이나 휴일근로 등을 하지 않아도 지급하도록 돼있다면 기본급처럼 통상임금이 된다는 것이다.
‘한 달이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돈도 통상임금이냐’는 논란도 있다. 대법원은 1996년 이후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더라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피고인 회사 쪽은 “그리되면 수당을 계산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학계 일부에선 통상임금의 예로 일급·주급·월급까지 나열한 시행령 규정 등을 들어 ‘1 임금지급기’ 즉 한 달마다 지급되는 것만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상여금 600%를 매달 50%씩 주면 통상임금이고 100%씩 두 달마다 주면 아니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당장 나온다. 매월 지급되는 돈만 통상임금이라고 한다면 편법으로 실제 임금수준을 낮추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고 쪽은 계산상 어려움도 실무적으로 없다고 반박한다.
피고인 기업 쪽은 상여금이 기본급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울 수도 있는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해주려는 데서 비롯된 생활보장적 임금이므로, ‘정해진 근로를 한 데 대한 대가’인 통상임금의 개념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하계휴가비·김장보너스·개인연금지원금·단체보험료 등 복리후생 명목의 금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고,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며 임금이분설을 폐기한 1995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시 전원합의체가 아울러 판결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덩달아 흔들리게 된다.
■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단체협약은 인정되나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합의했을 때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느냐도 판결 결과를 좌우할 쟁점이다. 기존 판례는 “성질상 통상임금에 포함해 계산해야 할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이므로 무효”(1993년 5월 대법원 판결 등)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사 쪽은 ‘성질상 통상임금에 들어가야 할 수당 등을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는 무효일지라도, 그 수당 등이 통상임금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한다. 갑을오토텍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을 기본급과 직책·생산·위해·근속·자격·TQC·체력단련·자기개발·기능숙련 수당 등으로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상여금은 넣지 않았는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면 이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또, 지금 와서 그런 합의와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학계 일각에도 “통상임금은 사전에 노동력을 어느 정도 가격으로 구매하려고 하느냐는 개념이므로, 단체협약·근로계약·관행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아가 노조가 강해져서 노사가 대등한 관계이니 자율적 합의가 강행법보다 우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노사가 대등하게 협약을 맺고 합의할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론이 당장 나온다. 실제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근로자 쪽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 이런저런 사정을 다 알고 합의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원고 쪽은 또, 통상임금은 평균임금의 최저기준이고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수준을 지키도록 사용주에게 강제하는 법인데, 이보다 못한 조건의 단체협약을 인정한다면 근로기준법의 근본이 무너진다고 반박한다. 근로기준법의 본질에 해당하는 강행규정성을 부인하려면 입법적 결단, 즉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며, 법원이 법 해석을 통해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의칙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행법에 반하는 계약자유를 인정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 노동현장을 뒤흔들 수 있는 판결 결과 대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선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각급 법원에 계류돼있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 160여건의 판결 방향이 정해지게 된다. 대법원 판결은 하급법원을 기속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개념 등이 실정법의 명확한 규정 없이 주로 법원 판례를 통해 구체화된 터여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와 기준이 정해지면 실제 임금 수준과 노동비용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추가 노동비용이 모두 38조여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국노총은 5조7000여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로는 14조~21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려 초과근무를 줄이는 쪽으로 임금체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반대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다시 축소되는 판결이 나오면 노동계의 반발이 크게 번질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이라는 장시간 저임근로를 바로잡을 길도 좁아진다.
대법원 판결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부인하는 등의 내용까지 담게 되면 기존 노동법 체계의 골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나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이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재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비치게 되면,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대법원이 보수성향 일색으로 구성됐다는 의심이 있는 터여서, 대법원의 보수성에 대한 비난이 불붙을 수도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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